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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패션은 돈이 아니라 XX입니다. - Revisited

by 케이 편집장 2026. 8. 26.

 

 패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돈 얘기로 흘러간다. 자본이 있으면 패션도 쉬워진다는 생각,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업계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명제가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패션은 정답을 구하는 영역이 아니다.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영역이다. 패션이라는 소비의 영역에서 자본을 태워 빠른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당연한 생각이지만, 패션이라는 특수한 영역에선 조금 다르다. 현대패션 트렌드는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고, 패션의 상향평준화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넘쳐나는 수많은 패션아이템들에서 자본이 있어야만 선택할 수 있는 특별한 옵션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자본만 있다면 패션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자본이 있어야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PA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더 이상 자본만으로 선택가능 한 옵션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대표적은 SPA브랜드 유니클로는 2024년부터 2년째 매출 1조 원을 넘겼다는 데이터가 있다. 중저가 패션 브랜드가 지속적인 우상향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브랜드의 로고 대신 기본 아이템을 찾는 소비가 늘면서, 패션은 재정의되어가고 있다. 언제나 패션을 이끌어가는 명품 브랜드의 하락은 예견된 결과이다. 명품이 가진 차별성과 유니크함이라는 옵션은 더 이상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

 

 패션이 상향평준화 될수록 취향과 스타일에 주목하게 된다. 비슷한 아이템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에 비슷한 스타일과 아이템은 넘쳐난다. 그렇다면 관건은 나만의 취향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취향은 따라 하거나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엇가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무엇인가를 찾는 것 또한 패션을 하는 목적이 될 수도 있다. 예전 패션지의 이런 카피가 있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센스입니다."라는 패션계에서 유명한 카피다. 필자 또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패션센스"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찾으며, 학습가능한 잡지나 미디어를 통해 패피들의 스타일을 카피하기 시작했다.   

 

 센스 하나로 패션을 완성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스키니진의 시대를 열었던 디올옴므의 에디 슬리먼을 기억할 것이다.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는 그 슈트를 입기 위해 적지 않은 나이에 13개월 동안이나 다이어트를 했다. 센스가 아니라 패션에 대한 태도였다.  자본으로 무엇이든 자신에게 옷을 맞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옷에 자신을 맞춘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다가가기 위해 자본을 투자한 것이 아니라 몸과 시간이라는 에너지를 투자 것이다. 부와 명성을 모두 가진 60대 후반의 노인은 엄청난 이슈를 만들었고, 패션에 대한 편견과 현실에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다. 패션은 여타의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서 성공과 실패가 없다. 남는 건 과정일 것이다. 과정은 시간이다. 시간은 그 사람의 태도를 증명하고, 누군가에겐 그것이 보일 것이고 누군가에 보이지 않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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